[연재] 이승준 목사의 그림이 있는 맑은 바람편지
“연초에 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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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신문 기자 작성일22-01-12 20:38 if ($is_admin){ ?> 댓글0건 }?>본문
해가 바뀐 지 한 주가 지났습니다. 일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자꾸만 달력의 앞자리 2022년 도가 부담스럽습니다. 2022년!! 참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의 일상은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으로 멈춰 있는 것 같은데, 시간과 세월은 거기에도 아랑곳 없이 흘러가고 있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 5일이 4년 전 천국으로 가신 아버지 생신이셨습니다. 생전에는 요란하지 않게라도 아버지께서 평소에 좋아하시던 음식과 더불어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와 덕담이 오갔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마음에 그 상황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내일이 아버지 생신인데 아버지 뵈러 갑시다.” 라고 했더니 벌써 큰조카가 알려 주었다고 하면서 매형이 그러잖아도 장인어른께 가자고 해서 가기로 했다고 말하십니다. 저도 어제 밤에 아버지가 꿈에 찾아오셨다고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뭐라시든?” 그래서 이내 저는 “역시 아무 말도 않하셔~” 라고 말했더니 “죽은 사람은 아무 말도 않해...” 라고 서운하신 듯 말하십니다. 이렇게 새해를 시작하는 첫 주에 아버지를 찾아뵙고 한 해를 시작합니다. 또 이것저것 주변 정리를 한다고 우왕좌왕 움직이지만 정작 별 진척 없이 하루를 소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우리 교회의 새해 표어는 '일상과 예배가 회복되는 교회'라는 제목을 정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어지러운 시국을 용인한 뜻은 주님의 백성들이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돌아보고 신앙인으로서 믿음을 더욱 굳게 하라는 것임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교회는 회복의 성령님을 의지하여 참 신앙인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자 라는 마음이 어느 때 못지않게 간절합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간구에 응답하신 것은 다름 아닌 예배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교회 예배 시간은 오후 3시였는데 그렇게 정한 이유는 함께 섬기는 군인교회의 예배 시간이 오전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성도님들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불편함을 내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2년간 군인교회 예배도 막혀 있었던 터라 이도 저도 못한 난감한 지경에 놓여 있게 되었지요. 사회적거리두기 완화 방침으로 지난 늦가을부터 군인교회도 예배가 회복되는 가운데 저는 원래 시무하던 무극대 교회로 다시 복귀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였던지 간에 무극대 교회 재부임이 무산되고 현재 시무하는 '새벽이슬교회'에 잔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주에 있는 새벽이슬교회에 다시 가보니 예배 인원이 1~2명 이었습니다. 함께 예배드리던 신우들과 군종병들은 그사이 모두 전역을 하고 잘 알던 부대장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간 것입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서 제가 조심스레 예배 시간 조정을 군종병에게 꺼냈더니 아침 일찍은 어렵고 오후 늦게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인교회 예배를 오후 2시30분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예배당 건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다용도실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므로 타종교도 종교활동 시간이라 마주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불교의 목탁 치는 소리는 귀를 영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되곤 합니다.
기독교의 믿음의 조상이라고 하는 아브라함이 아직 하나님께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한 이름, 아브람 때 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쌓았습니다.(창12:5-10) 단을 쌓는다는 것은 예배를 드렸다는 뜻인데 예배드리면서 기도하지 않았을리 없겠지요?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여호와가 그에게 나타나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는 약속을 주셨기에 감사의 제단을 쌓은 것입니다. 그런데 아브람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 저기로 옮겨 다닙니다. 그것도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다고 약속하고 지시한 땅을 지나거나 떠나 버렸습니다. “그가 그곳에서 제단을 쌓고 거기서 벧엘 동쪽 산으로 옮겨 장막을 치니 서쪽은 벧엘이요 동쪽은 아이라 그가 그곳에서 여호와께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더니 점점 남방으로 옮겨갔더라.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이는 그 땅에 기근이 심하였음이라.”(창12:7-10)
하나님은 아브람을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을 거쳐서 가나안으로 이끌면서 분명히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창12:2)고 약속했습니다. 아브람으로선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여겼을 것이며 이곳의 모든 사정이 특별히 영적인 상태가 자기가 떠나온 우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굳이 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따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지금 저의 모습이 아브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보냈다고 여기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확신이 없이 본질을 외면한 채, 방식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지요.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인간의 방식으로 가벼이 해석해 버리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깊었다는 결론이 됩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끝없이 저를 이해하여 주시고 또 기도로서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께서 새해 새날을 변함없이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어제보다는 좀 더 나은 성찰로 깨닫게 하십니다. 시편기자는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50:15)고 선언했습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은혜이자 권능입니까? 하나님은 환난을 당해 기도하는 당신의 백성을 건져주는 일이 바로 당신을 영화롭게 만든다고 선언하십니다. 올해 2022년 진실로 우리 삶에 예배와 일상이 회복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이승준 목사는 제천시 덕산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맑은바람전원교회를 섬기고 있다. 군인교회인 새벽이슬교회도 함께 섬기고 있다. 농부이면서 시인이다. 저서로는 <월악에 내리는 눈>(좋은바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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